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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ASF, AI 못 막는 이유 있었네.. 전국 가축방역관 '태부족'

    • 날짜
      2023-10-13 12:34:10
    • 조회수
      1144

    [단독] ASF·AI 못 막는 이유 있었네…전국 가축방역관 ‘태부족’

      

    입력 2023.10.10 06:00 수정 2023.10.10 07:43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홀대받는 가축방역관…인력구멍 현실화

    미충원율 올해 처음으로 40% 넘어섰다

    만성적 인력난…수의사 ‘기피직군’ 인식

    가축전염병 우려…“전문인력 양성 필요”

    전국 가축방역관 적정인원 미충원율 ⓒ그래픽 맹찬호 기자전국 가축방역관 적정인원 미충원율 ⓒ그래픽 맹찬호 기자

    전국 가축방역관 인력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인플루엔자(AI)가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공중보건 수의사 등으로 구성된 가축방역관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수의사 대부분이 반려동물 분야에 집중돼 있어 소와 돼지 등을 관리하는 가축 전문 수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인력난이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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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실과 함께 조사한 전국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적정 가축방역관은 1954명이다. 현재 확보된 가축방역관은 1152명으로 800여명 넘게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가축방역관은 가축 전염성 예방을 위해 사육시설, 작업장, 창고 등에서 임상예찰과 방역을 지도한다. 죽거나 병든 가축을 살펴보고 폐쇄, 살처분 조치 이행 점검과 보상금 평가·감독 등도 수행한다.


    최근 5년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현황 ⓒ그래픽 맹찬호 기자최근 5년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현황 ⓒ그래픽 맹찬호 기자

    최근 강원 화천과 경북 북부 지역에서 ASF가 발생한 데 이어 겨울철 발생 가능성이 높은 AI가 찾아올 우려가 커지면서 방역 당국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5년간 ASF 발생 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14건에서 2020년 2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2021년 5건, 2022년 7건, 2023년 10건(9월 기준)으로 매년 상승곡선 추세다. 특히 방역조치(살처분)한 돼지가 지난해보다 7000여 마리 늘어나면서 재정소요액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거침없는 가축전염병 확산세에도 가축방역관 미충원율은 올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2019년 29.5%, 2020년 31.2%, 2021년 33.0%, 2022년 37.0%, 2023년(10월 기준) 41.4%로 5년 새 10% 이상 늘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공중방역수의사를 제외할 경우 가축방역관 미충원율은 57.1%로 절반이 넘을 정도로 부족한 실정이다.


    미충원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으로 적정인원 35명 중 24명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미충원율은 부산(68.6%), 대전(58.3%), 전북(55.0%), 경북(53.8%), 울산(45.9%) 등 순이다.


    이 같은 가축방역관 수급 부족 현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과중한 업무 대비 수입은 임상 수의사 절반 수준이어서 기피직군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수의사의 경우 근무지가 도시에서 멀고 승진 기회도 타 직군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애당초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다.


    충북지원 가축방역관 A씨는 “미충원율이 매년 하락세로 이어질 경우 가축전염병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도 농식품부와 방역당국에서 확실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가장 전방에 맞서있는 현역 군인을 돕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열악한 업무 여건과 낮은 처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포천시청 가축방역관 B씨는 “계속 인력 충원을 위해 공고를 내고 있지만 채워지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포천 전체농가 900여곳을 직원 네다섯명이 책임지다 보니 일주일 내내 일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한 달 업무 수당도 30만원 채 되지 않아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23 아프리카돼지열병 가상방역훈련이 열린 지난 8월 전북 임실군 임실축협에서 관계자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2023 아프리카돼지열병 가상방역훈련이 열린 지난 8월 전북 임실군 임실축협에서 관계자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수의사 대부분은 반려동물 대상 진료 행위를 선호하는 편이다. 대한수의사회가 제공한 올해 수의사 분포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동물병원 현업종사 수의사는 8515명이다. 이 중 반려동물 수의사는 6938명으로 81.5%에 달했다. 소, 돼지, 가금류 등을 다루는 대형 가축 담당 수의사(농장동물+혼합진료)는 1577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현재까지 뾰족한 대책이 없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는 추가 채용에만 매진하고 있다. 여러 지차체는 가축방역관 신규 채용 직급을 7급에서 6급으로 상향, 특수업무수당을 월 25만원에서 60만원으로 증액하는 방안 등을 요구해 왔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지난 1월 가축방역관 등 공직 내 구조적 인력난 해소를 완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수의사 면허 소지자를 5급에 임용하려면 7년 이상, 6급은 3년 이상 관련 분야 경력을 요구하는 등 공무원임용시험령에서 정한 기준을 따라야 했다.


    이러한 경력경쟁채용 제도를 완화해 지원 유인을 높이거나 일부 인사처 주관 시험을 제외하고는 필요경력을 단축해 공직 진입장벽을 낮추는 식으로 탄력적 인력 충원이 가능해진다는 게 인사처 설명이다.


    가축방역관 인력난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축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전문성 대비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공공차원에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곤 의원은 “가축 질병은 전염성이 강하고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방역당국은 가축방역관 충원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