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기자간담회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가축질병 확산 속 축산 수의직
정부가 인력 배치 관심 가져야

‘지역면허제’ 도입 절실하고
‘지방 수의직 처우개선’도 시급

민간주도 질병관리 정착돼야 

“전체 수의사가 아니라 가축 담당과 지역에 근무할 수의사가 부족한 겁니다. 가축질병 확산 속에 수의직 같은 전문 분야에 대해선 정부가 인력 배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2020년 1월 농축산분야 단체 최초의 직선제로 당선돼 올 초 연임에 성공한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9월 21일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대한수의사회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허주형 회장은 “의료계도 피부과나 성형외과에 몰리고 흉부외과 등의 분야나 지방에는 반대로 인력 수급이 어렵다. 수의사들도 마찬가지”라며 “프랑스에 수의대가 4개 있고 미국도 없는 주가 있는 등 전체적으로 32개밖에 수의대가 없으며 호주 등에선 유명한 수의대(시드니 멜버른대)에서 더 이상 학생들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수의대가 10곳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에서 수의대 증설을 이야기하는데 수의사 인력은 충분하다. 다만 가축 담당이나 지방에 근무할 수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는 자율적으로 맡겨선 안 되고 필히 정부가 관련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의사회가 관련 정책으로 드는 것은 ‘지역면허제 도입’과 ‘지방 수의직 처우개선’ 등이다. 허 회장은 “A지역 수의대를 나오면 10년 정도 그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지역면허제 도입이 절실하며, 지방 수의직 등 수의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와 처우개선도 요구된다”며 “지역 발전을 내세우는 정부가 전문 분야 인력 배치에 대해선 확실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 더욱이 최근 전염병 등 가축질병이 확산되고 있고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문제도 대두되고 있기에 당위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허주형 수의사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축산 관련 여러 현안에 대한 수의사들의 목소리를 대표해 전달했다. 
허주형 수의사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축산 관련 여러 현안에 대한 수의사들의 목소리를 대표해 전달했다. 

정부의 방역 패러다임 전환도 요구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처럼 민간 주도의 질병관리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허 회장은 “방역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질병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또 확산될 수밖에 없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도 민간 수의사와 국가 공공기관의 협력을 강조한다”며 “가축 방역 등은 민간에 확실히 이양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구제역 키트까지 동물병원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한우·한돈산업육성법 등 축종별 법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허 회장은 “시대가 바뀌었다. 이미 농업 전체 생산 규모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축종별 사육 방식도 다 다른데다 현안도 상이하다”며 “주요 축종에 대해선 이에 맞는 개별 육성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 10월 25~27일 대전에선 제23차 아시아·태평양 수의사회 총회(FAVA Congress 2024)가 진행된다. 허 회장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며 총회에 대한 관심도 바랐다. 그는 “FAVA Congress 2024는 아시아권 24개 국가 수의사회 및 수의 관련 국제단체들로 구성된 아시아수의사회가 격년으로 개최하는 아시아 최고 권위의 수의학술대회로 국내에선 20년 전(2004년) 서울에서 열린 이후 두 번째 개최”라며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범축산업계는 물론 정부와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